흥미롭고 신박한 이야기
완성도가 아주 높다고 보긴 어려우나 소재나 이야기 자체는 굉장히 신박해서 왜 우리 나라에서 리메이크 되었는지 이해가 가는 영화 히든 페이스. 스페인과 콜롬비아 공동 제작 영화로 스페인 배우들이 나오지만 촬영은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진행되었다.콜롬비아 보고타 하면 넷플릭스 드라마 나르코스 정도만 떠오르는데 지금은 그 정도 분위기는 아니고 나름 여행자들도 많고 마약 천국은 실제로 아니라고 한다. 영화가 나온지는 2011년이지만 촬영 기법이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화질이 구려서 그런지 1990년대 후반 영화처럼 보이긴 한다.
한국 영화 히든 페이스도 의외로 재미있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기본 설정 자체가 흥미롭긴 하다.
뭐가 그렇게 흥미롭냐 하면 생각보다 이야기가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전개가 되고 나름의 반전도 존재한다. 이러한 반전이 억지스럽다기 보다는 충분히 현실에서 있을 법하고 중간에 벨렌이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실수조차 충분히 살면서 저지를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부단히 준비하다가 정작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를 빼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벨렌의 실수는 치명적이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항상 잊으며 사는 우리를 떠오르게 만든다.
성공한 지휘자 아드리안과 벨렌은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이였다.
하지만 벨렌의 불안함은 콜롬비아에 와서 더 강력해진다. 매력적이고 잘 생긴 데다가 능력까지 좋은 아드리안을 가만히 놔둘리 없는 여성들이 아드리안에게 접근하고 누가 봐도 여자를 좋아하는 아드리안은 가벼운 만남을 즐긴다. 하지만 아드리안을 따라 스페인에서 콜롬비아까지 찾아온 벨렌은 이에 불안을 느껴 집주인에게 이러한 불안을 털어 놓는다.
이에 집주인은 거대한 저택의 은밀한 공간을 소개하면서 아드리안을 한 번 속여서 그의 진실한 사랑을 한 번 알아보라고 조언한다. 독일인이었던 집주인의 남편은 나치 활동을 한 이력 때문에 콜롬비아에서 숨어 살았는데 그러한 비밀 공간을 만들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실제로 나치가 패망한 이후 전세계 여러 나라로 도망친 나치 관련자들이 잡혀온 전적도 있고 죽기 전까지 비밀을 품으며 산 사람들도 많다.
우리 나라에서 친일파들이 자손까지 떵떵거리며 잘 사는 것과는 비교가 되는 부분이라 이런 현실은 독일이 조금 부럽긴 하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끝까지 죗값을 받아야 똑같은 죄를 안 지을텐데 이런 면에서 보자면 우리 나라는 작은 죄에는 예민하고 큰 죄에는 참 관대한 나라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렇게 남자 친구인 아드리안의 애정을 테스트해 보려고 마치 집을 떠난 것처럼 영상을 남긴 벨렌은 남자 친구가 오기 전에 급하게 비밀 장소로 들어가느라 정작 가장 중요한 열쇠를 빠뜨리고 들어가게 된다. 쓸데없이 방음이 철저한 비미 장소 덕분에 아드리안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지만 공허한 메아리가 된다.
벨렌이 정말 자신을 떠났다고 생각한 아드리안은 이내 매력적인 파비아나를 만나게 되고 이 둘은 급속도로 사랑에 빠진다. 물론 바람둥이 아드리안은 그러는 와중에도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연주자인 베로니카와 사랑을 나누고 있지만 말이다.
정작 문제는 여자를 밝히는 아드리안인데 가장 중요한 문제인 아드리안을 차라리 가두었어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애초에 애정 테스트를 한다고 한 번 바람 핀 아드리안이 다시는 바람을 안 핀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살면서 가장 공감가는 말은 한 번도 바람을 안 피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바람을 피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다.
아드리안을 떠나는 게 오히려 베스트였을 텐데 어리석은 사람들은 사랑의 힘으로 사람이 바뀔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바람기는 사랑의 힘으로 바뀔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얼른 포기하고 작별을 고하는 게 나은 법이다.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갇히게 된 벨렌은 극적으로 파비아나에게 자신이 갇혀 있다는 걸 알리지만 아드리안을 빼앗길까 두려운 파비아나는 벨린이 벽 뒤에 갇힌 걸 알면서도 구해주지 않는다.
그렇게 죽음의 문턱에 있던 벨렌은 전략을 바꿔 마치 자신이 죽었다는 인상을 준 다음 파비아나를 비밀의 장소로 유도해서 갑작스럽게 공격한 이후 파비아나를 가두고 자신은 먼저 탈출하며 영화는 결말을 맞이 한다. 이후 벨렌이 아드리안을 떠났는지 아니면 파비아나는 탈출을 했는지 알 길이 없긴 하지만 결국은 아드리안이 제일 문제인데 여자들끼리의 싸움이 되고 말았다.
한국 영화 리메이크 버전은 조금 다른 결말을 맞이한다고 들었고 동성애 요소도 있다고 하던데 어느 정도 부분적인 각색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영화의 각본이 큰 줄기는 좋은데 자잘한 줄기가 조금 아쉽고 연출이나 촬영이 수준 미달이긴 해서 완성도 면에서는 한참 부족하긴 한데 핵심 이야기가 재미있긴 해서 한 번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다른 거 다 떠나서 일단 재미는 있고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노출 장면이 많으나 중요 부위는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고 야한 장면도 그리 많이 나오진 않는다. 그보다는 중반부 이후 재미가 배가되면서 주는 희열이 분명 있는 영화다. 벨렌 역할을 맡은 클라라 라고를 제외하면 연기력도 조금 애매한 배우들이 많이 나오긴 한데 재미가 있어서 이 모든 단점이 다 가려지긴 한다.
그래도 의외로 야한 장면이 있으니 가족보다는 연인이나 친구와 보는 걸 추천한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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