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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노라 리뷰 결말

 쫀나의 영화 

영화 아노라 리뷰 후기 결말 해석 정보 

아노라에서 내가 보였다 


처음에는 신데렐라 스토리인가 싶었다. 

그러다가 

아 그렇구나 하며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다.

이건 아노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였다. 라는 걸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이내 아노라에서 내 모습을 보았고 아노라의 언어에서 속마음을 들켜 버리고 말았다. 오히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아노라가 부러울 지경이었다. 내가 언제 한 번 저렇게까지 내 속마음을 남들에게 표현한 적이 있었던가. 

아니 단 한 번도 없었다. 

우리는 아노라의 직업을 듣고 아노라를 비난한다. 남자들이 수 많은 여자와 자면 카사노바라고 칭송받지만 여자들이 하면 걸레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마치 당연한 세상의 진실 같기도 하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우리의 아노라는 과연 죄인일까. 

아노라는 결혼할 자격도 사랑할 권리도 없는 걸까. 

아노라는 그저 사랑받고 싶을 뿐이다. 몸을 팔고 그와 동시에 웃음과 춤도 팔며 돈을 벌지만 그녀의 일하는 태도를 보면 그저 즐겁게 자기 일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직업인일 뿐이다. 누구바도 신나게 일하고 자신의 고객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한다. 

영화를 보면서 애니의 직업 윤리에 감탄했다. 

나 역시 승무원이라는 서비스업에서 일했지만 저 정도로 즐겁게 일하며 고객들을 만족시키면서 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성격이 모나거나 친구가 없는 것도 아니다. 러시아 재벌의 아들 이반 역시 그렇게 만나게 된 애니는 처음부터 이반을 사랑한 건 아니었다. 아니 사랑할 마음도 애초에 없었다. 

하지만 이반과 애니는 그 순간만큼이지만 서로를 원했고 사랑했다.

그걸 사랑이라고 부를 있다면 말이다. 아니 일단 애니는 이반을 사랑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의지 혹은 집착이라고 불러도 별 상관은 없다. 사랑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애니는 이반이 자신을 구원해줄 구원자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비록 시작은 돈을 받고 관계를 맺는 것부터 시작했지만 그래도 이들은 서로를 원하고 있었다. 그게 비록 육체적인 관계로만 이어지긴 했어도 진실이 그러했다. 

그리고 너무나 어린 애니는 세상 물정을 몰랐다.

그저 남자 앞에서 교태를 부릴 줄만 알았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평범한 삶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다. 아마 그러하기에 이반이 아무 생각없이 한 행동이나 발언들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에 이른다. 냉정히 보면 이반은 아무 생각이 없다. 그저 애니와 관계를 가지면 즐겁고 기쁠 뿐이다. 애초에 애니와 진지하게 결혼 생활을 할 마음조차 없었다.

그걸 애니만 모르고 있었다.

아니 알았지만 애써 무시하고 있었다. 애니 역시 이반이 가난하고 빈털터리였다면 상대하려고 했을까. 절대로 아니었을 거다. 애니 역시 이반이 돈 많은 집안의 자제라는 걸 알고 결혼을 결심했고 이반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한다. 애니 역시 속물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과연 문제인가. 누구나 신데렐라가 되고 싶다. 남자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이반의 결혼을 무효로 만들기 위해 찾아온 남자들과 이반의 부모에게 이야기하는 애니를 보면서 나는 문득 내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애니는 구원을 받고 싶었지만 한 편으로는 이반이라도 좋으니 누군가로부터 진정으로 사랑을 받고 싶기도 했다. 한 번도 제대로 된 연인 관계를 형성한 적이 없었을 애니는 어쩌다 보니 매춘부로 일하게 되었고 그런 일을 하면 정상적인 연인 관계를 맺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직업인이지만 사랑에 있어서 만큼은 서투르고 어색하다.

마치 나처럼 말이다. 

그렇게 이반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고르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이고르 역시 애니를 속물이라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애니의 순진무구한 매력에 점점 더 이끌린다. 마지막 장면에서 애니와 이고르는 열정적인 관계를 가지지만 애니는 이고르가 키스하려고 하자 적극적으로 거부한다. 

현실과 타협하기 싫은 애니의 몸부림은 그래서 안쓰럽다. 

나 역시 그러하다.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세상을 살아가도 될 터인데 본 게 많고 들은 게 많다 보니 쉽게 내려 놓기 어렵다. 아니 죽기 직전까지 자존심 하나 들고 있을 거 같은데 이제 와서 포기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애니는 겨우 23살이지 않은가. 세상을 동화처럼 인식해도 충분할 나이다. 

관심받고 싶고 사랑 받고 싶은 욕망은 매춘부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몸만을 탐한다고 생각이 들면 오히려 진실한 사랑을 은근히 기대하게 된다. 그러다가 찾아온 이반이 애니에게 만큼은 사막의 오아시스였다는 건 그래서 놀랍지 않다. 물론 이반은 정말이지 아무 생각도 없는 소년이었긴 하지만 말이다. 

션 베이커 감독은 매춘부라는 정상 범주에서 벗어난 직업인을 다루지만 애니를 보고 있노라면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떠오른다. 특별히 나는 애니에게서 나의 모습을 많이 보았다. 누구보다 속물이지만 그렇지 않은 척하는 나, 누구보다 돈을 좋아하지만 진정성으로 그 모습을 감추고 싶어하는 나. 

부끄럽지만 모두 다 내 모습이다. 

나에게도 때로는 진실한 사랑이 찾아 왔을지도 모르지만 나 역시 애니처럼 극구 키스를 거부하는 것처럼 이보다 더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착각하며 거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나는 나와 너무나 비슷한 아노라가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한다. 직업을 그만둘 필요도 없고 남들이 보기에 좋은 직업을 가질 필요도 없다. 현실에 발을 붙이고 그 자리에서 행복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어차피 행복이라는 개념도 판타지와 다를 바가 없으니 큰 기대 없이 물 흐르듯이 살면 그만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한다. 

마치 거울을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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