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디즈니 뉴시즈 브로드웨이 뮤지컬 후기

 뮤지컬의 감흥을 그대로 전달하다 

태어나서 제대로 된 뮤지컬을 본 기억이 없다. 

한국은 의외로 문화의 불모지여서 제대로 된 공연이나 극장에 가려면 서울에 살아야 한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기회조차 없다. 라이온 킹 내한 뮤지컬 공연도 서울 그리고 부산에서 하면 다행일 정도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 뮤지컬에 대한 기억은 상당히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전의 일인데 호주 시드니에서 지낼 당시 영국 오리지널 팀이 빌리 엘리어트 공연을 하러 와 있었다. 대단히 인기 있는 공연이었으나 평일에는 그래도 좌석이 있었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은 넉넉하지 않았기에 가장 안 좋은 좌석으로 구해서 지인들과 함께 관람했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보았으나 뮤지컬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지 감이 없었던 어린 시절이었기에 정보도 하나도 없이 관람했고 그 당시 영어 실력은 지금보다 더 안 좋았기 때문에 대사나 노래도 당연히 알아 듣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영화를 본 기억이 나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전율이었다. 

그 이후 시드니로 여행 오신 부모님에게는 내가 산 좌석보다 더 좋은 좌석을 구해 빌리 엘리어트는 보여 드렸고 역시나 영화를 보신 부모님이어서 그런지 대사는 못 알아 들어도 굉장히 만족해 하셨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나도 한 번 더 보아도 되었을 텐데 나중에 또 다른 작품이나 보려고 안 봤던 게 아직도 후회가 된다. 이후 승무원 생활 하면서 런던이나 뉴욕에서 뮤지컬을 볼 기회가 많았으나 저질 체력과 짧은 체류 기간으로 단 한 번도 뮤지컬을 본 기억이 없다.

그러던 중 호주에서 찰리와 초콜릿 공장 호주 오리지널 공연을 보았는데 상상 이상으로 다들 얼마나 못 하던지 리뷰나 후기가 좋았던 게 이해가 안 갈 정도였다. 생각해 보면 런던이나 뉴욕은 전세계 인재들이 모이는 도시이고 호주는 아무래도 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인재들이 덜 몰릴 수 밖에 없는 환경이어서 더 그러했던 듯하다. 나중에는 아역 배우의 목소리가 피곤 탓인지 전혀 나오질 않아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다행히 비싼 돈을 내고 감상한 건 아니지만 그 이후 호주에서는 오리지널 팀으로 뮤지컬 공연을 다신 보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중에 한국에 런던이나 뉴욕 오리지널 팀이 내한오면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꼭 한 번 부모님을 모시고 공연을 볼 생각이다. 한국 오리지널 팀도 역부족이기에 돈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다면 무조건 현지 오리지널 팀의 공연을 보는 게 가장 베스트다. 이게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거 같아 보여도 전체적인 공연 퀄리티가 확연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뉴시즈는 성공한 뮤지컬 중 하나인데 가장 잘 하는 배우들과 연출자들이 모인 실황을 디즈니 플러스에서 볼 수 있다. 얼마 전만 해도 한글 자막이 없어서 보다가 포기 했는데 어느 순간 다시 보니 한글 자막이 있어서 여유롭게 감상했다. 내용이 어려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영어를 완벽히 다 알아들을 자신이 없다면 한글 자막은 필수다. 해밀턴 역시 초반에는 한글 자막이 없었는데 이제는 들어와 있어서 시간을 내서 꼭 다시 한 번 감상해 볼 생각이다. 

뮤지컬 뉴시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이고 1992년 크리스찬 베일 주연으로 영화로도 만들어진 역사가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한 뉴시즈는 어마무시한 성공을 거두며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그 실황을 담은 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이런 뮤지컬 실황 영화는 무엇보다 음향이 가장 중요하다. 

무대의 느낌을 그대로 옮겨온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기에 얼마나 현장감을 살리고 음향 부문에서 디테일을 살리느냐인데 생각보다 퀄리티가 아주 좋아서 감탄만 나왔다. 디즈니는 브로드웨이에서도 공연을 많이 하는데 라이온 킹 공연도 이런 식의 실황 영상을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종이 신문을 파는 소년들의 노동 운동을 소재로 해서 이토록 감동적인 뮤지컬을 만들 수 있다니 다소 평이한 이야기지만 다시 한 번 감동 받았다. 특히 노동자들이 박해 받고 무시 당하는 현실은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았고 내가 노동자이기에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들어 현대 자동차 노조나 뉴진스에 대해서 비난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의외로 서민들은 약자들을 비난하면서 자신과 그들은 다르다는 착각에 빠져 살기가 쉽다. 자신도 언젠가는 자산가가 될 수 있고 기업가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한다. 물론 그들의 자리에 오르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확률적으로 로또 당첨보다 낮다는 걸 제대로 인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노동자들을 지지하고 약자들을 응원하는 게 결론적으로는 본인들의 복지와 미래를 위해서도 더 나은 길이지만 우리는 쉽게 언론에 호도되고 진실을 제대로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거 보면 개인도 멍청할 수 있으나 잘못된 믿음으로 무장한 단체도 개인 이상으로 무식할 수가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닫는다. 

같은 배에 탄 사람을 바다로 밀어 버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다가오는 폭풍우 저 꼭대기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는 기득권 층을 몰아내거나 설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 같은 아군을 아무리 괴롭혀 봐야 남는 건 결국 모두의 몰락일 뿐이다. 

그런 단순한 사실에 대해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거 같아 항상 안타깝다. 

뮤지컬 뉴시스는 인상적인 노래는 사실 없지만 그래도 최근에 본 뮤지컬 영화 위키드 보다는 백만 배는 더 잘 만들어진 뮤지컬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둘 다 단순한 내용이지만 흡입력 면에서는 단연코 뉴시즈가 더 좋았다. 이야기가 단순할수록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뉴시즈는 처음부터 결말이 어느 정도 그려지긴 하지만 결말까지 힘차게 나아간다. 늘어지는 순간이 단 한 순간도 없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도 세계 최정상급이고 연출도 화려하며 군무가 탁월하게 좋다. 남자들의 정확하고 절도 있는 군무가 눈물이 나올 정도로 좋다. 무대 뒤에서 연습을 얼마나 했을지 쉽게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화려하지만 지나치지 않고 주제가 단순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극장에서 보고 싶을 정도인데 집안 TV 환경이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고 스피커가 상태가 좋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감상 가능하다. 

평점 

5/5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넷플릭스 영화 피아노 레슨 후기

 의미 찾다가 재미를 잃다  나 혼자 만의 생각이긴 하지만 나는 영화는 예술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없다. 적어도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예술과 상업을 같이 가지고 가던가 아니면 상업적인 면모를 잃어 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다르덴 형제나 봉준호 감독 영화를 좋아한다. 예술적인 경지에 다다른 작품이지만 일반 대중들이 보기에도 충분히 재미있다.  봉준호 감독 살인의 추억이 초반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되지 못한 이유가 너무 상업적이어서라는 이야기가 있다. 당시 칸 심사위원들이 어떠한 사람들인지는 잘 모르지만 나는 그 경계에 선 영화들을 좋아 한다. 아무리 예술을 한다고 해도 지루하면 그 순간부터 최악의 영화로 남는다. 무수히 많은 영화 감독들이 예술 한 번 해보겠다고 덤벼 들지만 제대로 성공한 사람이 없다. 제대로 된 상업 영화를 만드는 것도 어려운데 다른 차원으로 가야할 예술 영화를 잘 만드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내가 마블이나 DC 영화 같은 히어로 영화를 좋아하는 건 또 아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은 내 인생 최악의 영화 중 하나로 꼽을 정도이며 며칠 전에 본 뮤지컬 영화 위키드 역시 너무 지루해서 영화 보는 내내 하품을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상업이나 예술 영화로 가르는 거 자체가 크게 의미가 없다. 결국은 내가 시간 낭비라고 느끼지 않을 만큼 재미를 제공해 주느냐 아니냐로 귀결된다. 어떻게든 재미만 있으면 된다는 주의이기 때문에 대놓고 상업 영화라고 해서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일은 없다. 나는 그렇게 남들이 극찬하는 영화인 듄도 너무 지루해서 하품을 하느라 눈물이 고일 정도였던 터라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도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영화 피아노 레슨이 딱 그러했다. 그런데 피아노 레슨은 내가 싫어하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존 데이비드 워싱턴.  배우 덴젤 워싱턴의 아들로 외모는 크게 닮지 않은 사람인데 말 그대...

영화 보랏 속편 후기

 멍청한 사람들에게 돌려 말하는 지혜로운 방법  사샤 바론 코센은 외모 덕분에 국적이 의심이 가긴 하는데 실제로는 영국 국적의 유대인이다.  2006년에 공개가 되어 전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보랏 1 편 이후로 14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이 영화는 역시나 대단한 풍자를 보여준다. 이번에는 딸 역할로 배우 마리아 바칼로바가 합류하는데 오스카 여우조연상에 올랐을 만큼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모큐멘터리 장르로 다큐멘터리와 영화가 섞인 영화라고 보면 되는데 마지막 장면의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의 추태는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정도 몰래 카메라 라면 우리 나라에서는 영화로 공개도 되지 못했을 텐데 확실히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 답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이클 펜스 부통령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굳어지는 모습 역시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만하다. 이 영화가 공개가 될 당시만 해도 트럼프는 물러나고 바이든이 되면서 무언가 바뀔 거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이제 바로 이어질 대선 앞에서 또 다시 트럼프가 당선이 될 게 거의 확실한 상황이라 이 모든 게 참 아이러니하다. 냉정히 말하자면 사람들이 멍청해서 라기 보다는 민주당이나 바이든이나 서민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아는 사람은 다 알다시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미국이 불을 지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과의 사이도 좋지 않은 마당에 러시아 전쟁까지 벌어지다 보니 물가는 당연히 오르게 되었고 당연한 결과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트럼프 집권 때보다 훨씬 더 안 좋아지고 있다.  임금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물가와 특히 월세의 급격한 인상은 임금 인상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의 많은 사람들이 다시 트럼프를 지지하는 걸 그들이 무식하다는 식으로 나무라는 건 내가 봐도 충분히 억울할 만하다. 특히 미국처럼 닫힌 사회에서 서민들은 시급에 의존하기 마련이고 물가 인상에 직격탄을 입는다....

영화 아노라 리뷰 결말

 쫀나의 영화  영화 아노라 리뷰 후기 결말 해석 정보  아노라에서 내가 보였다  처음에는 신데렐라 스토리인가 싶었다.  그러다가  아 그렇구나 하며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다. 이건 아노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였다. 라는 걸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이내 아노라에서 내 모습을 보았고 아노라의 언어에서 속마음을 들켜 버리고 말았다. 오히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아노라가 부러울 지경이었다. 내가 언제 한 번 저렇게까지 내 속마음을 남들에게 표현한 적이 있었던가.  아니 단 한 번도 없었다.  우리는 아노라의 직업을 듣고 아노라를 비난한다. 남자들이 수 많은 여자와 자면 카사노바라고 칭송받지만 여자들이 하면 걸레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마치 당연한 세상의 진실 같기도 하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우리의 아노라는 과연 죄인일까.  아노라는 결혼할 자격도 사랑할 권리도 없는 걸까.  아노라는 그저 사랑받고 싶을 뿐이다. 몸을 팔고 그와 동시에 웃음과 춤도 팔며 돈을 벌지만 그녀의 일하는 태도를 보면 그저 즐겁게 자기 일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직업인일 뿐이다. 누구바도 신나게 일하고 자신의 고객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한다.  영화를 보면서 애니의 직업 윤리에 감탄했다.  나 역시 승무원이라는 서비스업에서 일했지만 저 정도로 즐겁게 일하며 고객들을 만족시키면서 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성격이 모나거나 친구가 없는 것도 아니다. 러시아 재벌의 아들 이반 역시 그렇게 만나게 된 애니는 처음부터 이반을 사랑한 건 아니었다. 아니 사랑할 마음도 애초에 없었다.  하지만 이반과 애니는 그 순간만큼이지만 서로를 원했고 사랑했다. 그걸 사랑이라고 부를 있다면 말이다. 아니 일단 애니는 이반을 사랑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의지 혹은 집착이라고 불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