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난방인데 이게 되네
완성도가 높다고 보긴 어려우나 그리고 인정하기는 싫지만 재미는 있다.결국 영화는 완성도고 나발이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 내가 영화를 보는 시간을 나의 뇌가 아깝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사람은 누구나 시간을 죽이고 싶어하며 킬링 타임용 영화라는 말이 그래서 생긴 거다. 의외로 세상에는 시간이 너무 많아 주체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한 트럭이다. 그런 사람들에게조차 좋은 평가를 받지 못 하는 영화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 살아남기 어렵다.
영화 애비게일은 말 그대로 정신없이 흘러가는 영화다.
영화의 결말이 예측이 잘 되지 않고 개연성이 있다고 보긴 어려우나 그래도 관객들은 이 야이기에 납득을 당하게 된다. 어이없고 황당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이야기면 나름 칭찬을 해줄 만하다. 썩 그럴 듯한 이야기도 아니고 이야기 구조 자체가 촘촘한 편도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극장에서 킬킬 거리면서 볼 만하다.
분명 공포 영화이긴 한데 무섭다기 보다는 실소가 터지는 걸 참기 어렵다.
하지만 재미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내 기준 영화의 성패는 결국 영화를 보는 시간 동안 시계를 몇 번이나 확인하느냐에 달려 있다. 나는 예술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상업 영화이지만 깊이있는 영화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드니 빌뇌브의 영화 듄을 극장에서 보면서 아이폰으로 시간을 적어도 10번 이상 확인한 기억이 있을 정도다.
걸작이라고 칭호되는 듄 파트2 역시 극장에서 보질 않았다.
지루한 건 싫다. 영화 말고도 재미있게 널리고 쌓인 세상에서 영화를 보는 이유를 분명히 제공해 줘야 한다. 사람들이 극장을 찾지 않는다고 징징 거릴 시간에 이미 도파민에 중독된 사람들의 관심을 어떻게 실시간으로 집중을 시킬 것인지에 집중하는 게 더 현명한 길이다. 이미 사람들은 극장이 여가 생활의 핵심으로 작용하지 않는 시대에 적응해 버렸다.
과거에는 즐길 만한 거리가 별로 없었다.
이제는 다르다. 아이폰만 들여다 봐도 하루가 갈 정도로 도파민이 넘치는 시대다. 진지한 이야기는 친한 지인들끼리도 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무거운 이야기는 재미없고 지루할 뿐이다. 누군가 나의 시간을 죽여 주기만을 바라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그러한 시대에서 영화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진화해 나가야 한다.
영화 애비게일은 개연성도 없고 이야기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갑자기 애비게일은 뜬금없이 춤을 추며 살육을 일삼는다. 이런 저런 설정을 가지고 와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지만 그 어디에도 무게감은 없다. 한없이 가벼운 뱀파이어 소녀가 저택에 갇힌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살육 자체가 재미가 된다. 공감하기는 힘들지만 뱀파이어라면 그러려니 하게 된다.
살육 자체가 오락이 되지만 그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뱀파이어이다 보니 넘어가게 된다. 갑자기 마지막에 여주인공 조이를 살려주는 이유도 생각해 보면 황당하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조이와 라포를 형성한 게 이해가 되지 않으며 갑자기 조이를 풀어 주려고 아버지에게 맞서는 모습도 적응이 되질 않는다. 아버지에게 못 받은 사랑을 조이에게 받았다면 어느 정도 깊이 있는 유대감이 형성될 시간이 필요할 텐데 이것마저 심각한 농담인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머리로 인과 관계를 생각하면 안 된다.
관객들이 생각하라고 만든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가볍게 즐기면 그만이다. 애초에 심각하게 고민하라고 만든 영화도 아닌 데다가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할 거리도 영화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한 영화는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시간을 잘 흘러가고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단 한 번도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다.
무서운 영화를 표방하지만 웃기고 황당한데 재미는 있다.
추천한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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