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넷플릭스 영화 오늘의 여자 주인공 후기 결말

살기 위해 웃어야만 하는 여성들

여성들이 일상 생활에서 느낄 만한 가장 실제적인 공포를 이보다 더 현실적으로 묘사한 영화가 있었을까. 

영특하고 영민한 배우인 안나 켄드릭의 감독 데뷔작 영화 오늘의 여자 주인공은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 로드니 알칼라를 소재로 실화를 바탕에 두고 있다. 연출도 독특하고 실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특이해서 이게 정말 실화일까라는 생각이 영화보는 내내 들었는데 다 보고 나서 로드니 알칼라가 살해했다고 추정되는 여성의 숫자가 무려 130명 정도가 넘고 경찰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데에서 나 역시 심한 좌절감을 경험했다. 

여성이 평소에 느끼는 공포를 이렇게까지 실질적으로 경험한 역사가 없어서인지 보면서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생각해 보면 여성이 험한 일을 당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영화나 드라마는 지나칠 정도로 많이 보았고 지금도 무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런 영화들의 시각은 항상 가해자의 시각이었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바라보고 느끼는 쾌감까지 카메라 밖으로 전달이 될 정도여서인지 보면서도 그런 장면에서 피해자의 시선에서 느낄 만한 여지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르다. 

안나 켄드릭은 철저하게 피해자의 시선으로 가해자를 바라본다. 그러다 보니 신기하게도 그 수많은 피해자들이 다 달리 보인다. 남자 감독들이 만든 작품들을 보면 여성을 죽이는 행동 자체가 하나의 오락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러하기에 그런 장면을 보면서 죄책감은 커녕 오히려 아드레날린이 느껴진다. 이 표현이 맞을지 모르지만 마치 여성을 죽이는 게 하나의 게임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그러하기에 나는 그런 장면을 보면서도 별달리 불쾌한 느낌을 가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영화들은 여성 만이 아니라 범죄 행위를 하나의 카타르시스를 주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기 때문에 죽음이나 범죄가 너무 가볍다. 

오늘의 여자 주인공은 1970년대 후반의 미국이 배경이긴 하지만 지금에 와서 적용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신기하게도 여성이 남성을 죽이면 형량을 높게 받지만 남성이 여성을 죽이면 상상도 못할 핑계나 변명이 판사의 심금을 울린다. 평소에 정신 건강이 안 좋았다거나 아니면 술을 마셨다거나 하면서 형량이 줄어 든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금 거리를 활보한다. 황당하게도 젊은 남성일 경우 의대생이나 대학생일 경우 그 남자의 미래를 위해 무죄라는 기이한 선고가 나오기도 한다. 

판사마저 피해자의 미래보다 같잖은 가해자의 미래를 더 걱정하는 게 우리나라 아니 전세계의 현실이다. 이 끔찍한 현실 앞에서 안나 켄드릭은 분명히 말하고자 한다. 그렇게 관대하고 아련한 판사와 대중의 시선이 끔찍한 남성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로드니 알칼라같은 사람이 끊임없이 전세계에서 확대 재생산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어이없는 관대함에 있다. 

요즘 사회 뉴스를 보면 여자 친구의 헤어짐에 분노하여 그 여자 친구는 물론 여자 친구의 가족까지 죽여 버리는 젊은 남성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연애를 하고 결혼을 권장하고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 사회가 과연 상식이 있는 사회인가. 여성들이 보다 더 안전하게 연애를 할 수 있고, 사소한 범죄를 저질러도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게 더 시급한 일이지 않을까. 

여성들은 웃는다. 

행복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남자들 앞에서 웃고 원하지 않지만 자신에게 추파를 던지는 남성이 무슨 일을 할지 몰라도 몸을 허락한다. 전혀 즐겁거나 그 남성이 매력적이지 않더라도 자신과 한 번 자보려는 남성이 그 목적을 달성한 후 자신에게 관심이 줄어들기 바라면서 잠깐의 불쾌함을 참고 견딘다. 

주인공 셰릴 역시 로드니 앞에서 살기 위해 미소 짓는다. 남자들은 다 아기같으니까 아기처럼 대해줘야 한다. 남자가 아기 같은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남자를 아기처럼 뭐든지 해도 용서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는 걸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남성들은 제멋대로 행동하게 만들고 기본 상식도 통하지 않게 만든 건 바로 우리다. 

이 영화는 그 동안 보아온 영화와는 연출 방식이나 형식이 굉장히 다르다. 하지만 어떻게 전개가 될 지 감이 안 오는데도 불구하고 흥미를 돋군다는 점에서 감독이 굉장히 탁월하게 방향성을 잡았다고 할 수 있다. 다소 뻔한 연쇄살인범 이야기를 이렇게나 여성의 시각에서 뛰어나게 다룰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안나 켄드릭의 다음 연출작도 기대가 된다. 

총평

의외의 수작, 여성은 어떻게 살아남는다.

평점

4.5/5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영화 아노라 리뷰 결말

 쫀나의 영화  영화 아노라 리뷰 후기 결말 해석 정보  아노라에서 내가 보였다  처음에는 신데렐라 스토리인가 싶었다.  그러다가  아 그렇구나 하며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다. 이건 아노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였다. 라는 걸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이내 아노라에서 내 모습을 보았고 아노라의 언어에서 속마음을 들켜 버리고 말았다. 오히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아노라가 부러울 지경이었다. 내가 언제 한 번 저렇게까지 내 속마음을 남들에게 표현한 적이 있었던가.  아니 단 한 번도 없었다.  우리는 아노라의 직업을 듣고 아노라를 비난한다. 남자들이 수 많은 여자와 자면 카사노바라고 칭송받지만 여자들이 하면 걸레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마치 당연한 세상의 진실 같기도 하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우리의 아노라는 과연 죄인일까.  아노라는 결혼할 자격도 사랑할 권리도 없는 걸까.  아노라는 그저 사랑받고 싶을 뿐이다. 몸을 팔고 그와 동시에 웃음과 춤도 팔며 돈을 벌지만 그녀의 일하는 태도를 보면 그저 즐겁게 자기 일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직업인일 뿐이다. 누구바도 신나게 일하고 자신의 고객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한다.  영화를 보면서 애니의 직업 윤리에 감탄했다.  나 역시 승무원이라는 서비스업에서 일했지만 저 정도로 즐겁게 일하며 고객들을 만족시키면서 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성격이 모나거나 친구가 없는 것도 아니다. 러시아 재벌의 아들 이반 역시 그렇게 만나게 된 애니는 처음부터 이반을 사랑한 건 아니었다. 아니 사랑할 마음도 애초에 없었다.  하지만 이반과 애니는 그 순간만큼이지만 서로를 원했고 사랑했다. 그걸 사랑이라고 부를 있다면 말이다. 아니 일단 애니는 이반을 사랑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의지 혹은 집착이라고 불러도...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 후기 결말

 쫀나의 영화  [디즈니 플러스 마블 영화 추천 인크레더블 헐크 후기 결말]  전형적인 용두사미  2008년 당시 무려 1억 5천 만달러라는 제작비를 들여 만든 헐크 솔로 영화.  하지만  북미에서는 순수 제작비도 벌어 들이지 못 했고 국내에서도 백만 관객을 돌파하지 못한 슬픈 영화이기도 한데 나중에 와서는 재평가를 많이 받은 영화이기도 하다. 헐크는 이안 감독에 의해서도 먼저 영화로 만들어지긴 했는데 블록버스터 영화 감독에 이안 감독을 데려온 거 자체가 실수라고 보여지기도 하고 영화에 대한 평가도 호불호가 많이 갈려서 흥행을 하지는 못 했다. 이후  마블은 헐크 단독 영화를 만들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데 인기가 많은 캐릭터도 아니고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사실 쉬운 일은 아닌 터라 앞으로도 나올 일은 없어 보인다. 나 역시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를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보기 시작한 건데 생각보다는 재미있게 봐서 앞으로 내가 안 본 마블 영화들을 디즈니 플러스에서 챙겨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히 말해서  영화 자체는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다. 세간의 평가처럼 초반 기세는 좋은데 중반부를 거치며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 뻔하게 전개가 된다. 나 역시 초반부는 오 흥미로운데 하면서 보다가 중후반부는 어느 정도는 참고 본 게 사실이다. 헐크 영화인데 헐크로 변신하지 않는 초반부가 가장 재미있었고 초반에도 헐크로 변신하고 나서는 크게 재미가 없기는 했다.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헐크는 여러 번 싸운다.  그의 힘은 무지막지해서 킹콩이 아닌 이상 대적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그런데 영화 안에서는 빌런이 너무 악독하다거나 지독한 편이 아니기에 전투에 그다지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한 마디로 누굴 응원해야 할지 관객 입장에서는 조금 애매하다. 헐크를 이용해서 군대 무기로 만들려는 장군 역시 진정한 의미에서 과연 빌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최근...

프레디의 피자가게 후기 결말

 쫀나의 영화  [넷플릭스 호러 영화 추천 프레디의 피자가게 후기 결말]  유치한 게 오히려 매력  인기 호러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 프레디의 피자가게.  넷플릭스에서 뭐 볼 거 없나 검색해 보다가 지난 번에 안 보고 넘어간 게 기억나서 한 번 보기로 했다. 어차피 재미없으면 하차하면 되지라는 마음이었고 생각보다는 볼 만 해서 마지막까지 다 보게 된 영화.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야기 자체가 생각보다 더 유치해서 왜 후기가 안 좋은 건지는 이해가 가기도 했다.  사실 이 정도면 호러 영화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 아닌가. 북미에서는 초대박 흥행을 기록해서 속편도 나오는 걸로 아는데 원작 게임이 인기가 그렇게 많은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기한 부분이긴 했다. 이 정도로 인기가 많은 게 이해가 잘 안 가긴 하지만 이런 거 보면 영화의 흥행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비단 북미 만이 아니라 글로벌 성적도 좋아서 전세계 관객들을 홀린 영화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긴  나 역시 마이크가 남동생 개럿의 납치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이 공감이 가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프레디의 피자가게가 호러 영화라기 보다는 심리 미스터리 장르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고 그런 이야기 자체가 이 영화를 조금 독특하게 만드는 요소라는 점에 있어서는 강하게 동의한다.  무서운 장면이 아예 안 나오는 건 아니지만  그 장면조차 무언가 작은 소동에 가깝다. 초반에 프레디의 피자가게를 일부러 망치려는 돈만 밝히는 멍청한 일당들이 무참하게 살해되는 장면도 꽤나 순화되어 표현이 되어 있어서 어린이를 위한 호러 영화인가라는 생각마저 들지만 내용 자체가 순수하진 않아서 실질적으로 어린이 관객을 위해서 만든 영화는 아닌 듯하고 감독의 연출 방향이나 각본가 자체가 자극적인 걸 싫어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호러 영화 치고는 상당히 모험적인 선택인데 흥행을 하긴 했으니 감독의 감이 맞았다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