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에 집중하느라 대중성을 놓치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다.
모든 예술 작품이 최종 결정권자의 예술이라고 볼 수 있으나 그래도 굳이 꼽는다면 드라마는 작가의 영역이고 영화는 감독의 영역이다. 드라마는 호흡이 길기 때문에 감독이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빈약한 이야기를 메꾸기 어렵다. 그리고 영화 역시 각본이 조금 허술해도 감독이 비상한 연출력으로 메꿀 수 있는 부분이 크다. 이런 연유에서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말이 폭넓게 받아 들여지고 있다.
특히 영화 더 플랫폼2는 더 그러하다.
1편이 예상 외로 화제성이 크게 오르면서 그 독특한 소재 역시 주목을 받았고 넷플릭스 자본의 지원을 받고 속편이 만들어지고 공개가 되었는데 홍보와 마케팅을 좀 안 한다 싶은 느낌이긴 했는데 아무래도 폭넓게 받아 들여지기에는 소재 자체가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데다가 만인이 보기에는 좀 애매한 지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잔인하거나 호러 영화는 아닌데 설정 자체가 공포 그 자체여서 그런지 볼 때마다 불편한 지점이 보이는데 이번 속편에서는 그러한 불편함을 더 배가시키는 느낌이다.
영화 자체는 오히려 좀 평이한 편인데 보면서 내가 사는 사회와 종교 그리고 시스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를 제공해 주기도 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아이들이 다시 나오는 지점은 감독이 의도하고 의미하는 바가 꽤나 명확하게 들어가 있는데 영화가 친절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어려운 영화도 아니고 단지 감독이 좀 허세가 있고 있는 척 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과하게 받긴 했다.
일단 영화는 더 플랫폼이라는 체제 아래에서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경제와 정치 그리고 단합과 종교까지 모든 걸 다루려고 한다. 이 모든 게 우화이고 환상 동화 같고 실제로 감독의 의도 역시 그러한 지점을 노린 듯한 모양인데 생각보다는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전달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이야기하는 지점 역시 그 동안 많은 영화나 소설에서 수도 없이 반복해온 이야기여서 새롭다고 할 만한 이렇다할 매력 포인트도 없다.
그래도 소재나 설정 자체가 워낙 자극적이라 나는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다 보고 나서도 잘 만든 영화인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주기가 어려울 정도로 완성도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예술 영화 범주에 넣기도 그렇고 친절한 대중 영화도 아니어서 포지션이 지나치게 애매하다고 평할 수 밖에 없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며 유발 하라리의 지적대로 인간은 집단을 이루고 집단 지성을 발전시키면서 다른 동물이 이룩하지 못한 그야말로 위대한 업적을 이룬 유일한 동물이 되었다. 인간보다 지능이 더 높다고 알려진 동물들도 이룩하지 못한 걸 사회와 종교를 만들면서 만든 것이다. 사회를 이루려면 법과 질서가 필요하며 자유와 평등을 제한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비효율성이 발생하고 피해자가 생긴다. 완벽한 자유와 평등은 존재하지 않으나 그걸 지킨다고 생색을 내는 거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더 플랫폼 안에서도 칼과 폭력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폭압으로 질서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선지자의 존재가 조금 특이한 지점인데 선지자의 선행은 아름답게 기록이 될 수도 있으나 이를 뒤따르는 인간이 결국 문제가 된다. 모든 종교 역시 처음 창시한 사람은 선인이나 혹은 메시아로 칭송이 될 수도 있으나 이를 받아 들이고 이어가는 사람의 욕망과 무질서함이 이를 오염시키는 걸 우리는 많이 보아오지 않았나. 예수님은 항상 낮은 곳에 임하셨고 교회 안에서 장사를 하는 거에 대해서 극도로 분노하셨지만 현대의 교회는 부자들에게 더 관대하고 교회 안에서 온갖 상업적인 활동을 하는 걸 오히려 적극 권장하고 있다.
게다가 법과 질서 역시 모두에게 공평하고 공정하다고 하기에는 그 동안의 법의 심판 결과를 봐도 아니라는 걸 쉽사리 파악 가능하다. 말 그대로 돈 있는 사람들은 능력 있고 비싼 변호사를 선임하며 명백하게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무죄를 선고받고 계속적으로 부를 쌓아 나간다. 결국 중요한 건 법과 질서가 아니라 가장 많은 돈을 들여 비싼 변호사를 사는 것이며 그러한 사실 앞에서 서민들이 좌절하는 건 이미 예견된 결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법과 질서가 아주 망가진 사회라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 안에서 과연 인간은 자유와 평등을 누릴 수 있을까. 말 그대로 아무도 질서를 지키지 않는다면 10층은 고사하고 5층의 사람들도 아무런 음식을 먹지 못 한다. 누군가 악의적인 마음으로 모든 음식에 오줌을 누고 똥을 투척한다면 누가 먹을 수 있겠나. 애초에 질서과 규칙 자체가 만인을 위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환상을 제공하긴 하지만 결국 그 법과 질서 역시 소수 만을 위해서 돌아가는 시스템일 수 밖에 없다.
애초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시스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모두가 모르기에 이러한 혼란과 폭동 그리고 무질서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진실을 외면한 상태로 모두가 질서와 규칙이 만연한 사회가 가장 이상적인 공동체라고 착각하지만 인류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모두가 평등하게 대우 받고 진정한 자유를 누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자부할 수 있다.
하지만 시스템 밖에서 이 모든 걸 누리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여기서 딜레마에 빠진다. 과연 나는 시스템 밖으로 나갈 만큼 영특한 사람인가. 아니 시스템 밖으로 나가는 게 과연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근본적인 질문을 해볼 수 밖에 없는데 실제로 이러한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스템 밖으로 나가게 되면 일단 굶을 수 밖에 없고 생존 자체가 문제가 된다. 현대 사회도 마찬가지다. 내가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시스템이 싫다고 하면 모든 걸 다 내려 놓고 살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의식주 해결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초월적으로 자연으로 돌아가서 목가적인 삶을 살거나 아니면 철저하게 시스템에 충성하여 보다 더 높은 지위로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모든 건 애매한 시점에 발생한다. 이번 달에는 5층이어서 배부르게 먹을 수도 있으나 다음 달에는 290층에 배정되어 한달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할 수도 있다. 현대인도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 돈을 많이 벌어서 여유롭게 살았으나 한 번의 실수로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이미 시스템 안에 들어온 사람은 그 시스템 밖으로 나가서 이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하는 존재를 전복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미 너무나 길들여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 플랫폼2 는 그런 의미에서 꽤나 흥미롭지만 우리가 알면서도 무시하는 진실을 알려준다.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체제에 순응하고 만족하며 살아가면 의심할 여지나 시간이 없다. 그저 반복적으로 쳇바퀴같은 삶을 살아갈 뿐이다. 그게 좋으냐 나쁘냐를 판단할 여지도 없다. 그런 걸 생각할 시간이면 차라리 하나라도 더 먹어두는 게 좋다. 나는 과연 체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사람일까. 그리고 나가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조금 아쉬우나 생각보다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지는 영화여서 잔인하고 더러운 걸 참을 수 있다면 추천은 하고 싶다.
총평
나는 과연 이 체제를 자랑스럽게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까.
평점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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