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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레즈 볼 후기 결말

아는 맛이 제일 맛있다

르브른 제임스가 제작에 참여해서 화제가 된 미국 원주민 청소년들의 성장 영화 레즈 볼이 소리소문없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다. 소재 자체가 조금 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정작 영화의 주인공이 미국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소수 민족을 다룬 터라 인기가 높은 영화는 절대 아니고 영화 블로거나 유튜버들도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는 듯한데 로튼 토마토 평점이 높고 이런 스포츠 성장 영화는 기본적인 재미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을 시작했다. 

그리고 역시나 재미있었다. 

역시 로튼 토마토 점수가 높은 건 다 이유가 있구나 싶었고 왜 높은지도 이해가 간다. 미국 평론가들은 원래 이렇게 소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 후한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고 아메리칸 원주민을 그것도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준수한 이 영화에 좋은 점수를 안 주는 게 더 어려워 보이긴 한다.

게다가 단순히 아메리칸 원주민 청소년 농구 팀이 주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라는 기본 이야기도 있으나 아메리칸 원주민이 현재 미국 사회에서 어떠한 위치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당사자가 아니면 잘 모를텐데 간접적이긴 하지만 이 분들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나도 미국 영화는 많이 보았지만 미국 원주민들의 삶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었고 워낙 소수이다 보니 언론이나 매체에서도 거의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호주도 비슷하지만 미국 역시 원주민들을 핍박한 역사는 유명하다면 유명하고 아무도 모른다면 아무도 모를지도 모른다. 특히나 미국은 신대륙으로 불린 만큼 유럽에서 온 백인들이 새로운 기술과 치졸한 방법으로 원래 살고 있던 원주민을 거의 말살하다시피 했는데 보호 구역을 만들어 보조금을 주기는 하지만 이들의 삶이 생각보다 비참해서 놀랍기는 했다. 

우울증과 자살 수준이 높은 건 그래서 놀라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코딱지 만한 지원금으로는 아무래도 감내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부분이 존재하며 미국은 다인종 국가이긴 하지만 백인이 아니면 사회적인 제약이 아직까지도 많은 편이어서 그런지 이들이 여전히 미국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지점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특히나 겉으로는 평등 운운해도 실제로는 그야말로 차별의 절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게 미국 사회이기 때문에 이들의 겪었을 그리고 겪게 될 좌절이 이해가 가면서도 안타까웠다. 영화 레즈 볼에서는 주인공 지미의 어머니가 힘들어하는 아메리칸 원주민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데 학창 시절 잘 나가던 여성 농구 선수였으나 꿈이 좌절되고 나서 정신을 차리지 못 하는 전형적인 실패자의 표본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물론 우리 나라도 예체능 관련 일을 하다가 좌절하면 다른 길을 찾기 마련인데 그만큼 아메리칸 원주민으로 다른 일로 성공하기가 힘들긴 하며 제대로 된 회사나 공장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미국 백인들만큼 선택의 폭이 넓은 것도 아니어서 지미의 엄마는 알코올 중독에 빠진 상태로 음주 운전을 여러 번 하다가 구속이 되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한다. 모든 아메리칸 인디안들이 이러지는 않겠으나 이들이 심각한 상태에 있다는 건 사실인 듯하다. 

특히나 아들 지미에게 보여주는 패배주의는 머리가 아플 정도인데 처음에는 지미의 엄마가 아들에게 너무한 거 아니냐고 볼 수 있으나 그만큼 아메리칸 원주민의 삶이 얼마나 고달프고 안 보이는 장벽들이 많은지를 현실적으로 이야기해주는 캐릭터라고 할 만하다. 마치 일본에 살던 한국인들인 자이니치와 비슷해 보이는데 자이니치 역시 아무리 좋은 학교를 나오고 능력이 있어도 일본의 공직 세계나 대기업에는 들어갈 수 없었던 과거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래도 지금은 오히려 한국에서 온 일본어 잘하는 한국인들이 일본의 대기업에도 들어가는 거 보면 시대와 필요에 따라서 변화가 이루어지는데 아메리칸 원주민은 어느 특정 시대에 모든 게 멈추어 있기에 변화의 여지나 개선점이 거의 없다는 점이 놀랍다. 아마도 그러하기에 그 어느 인종보다 미국에서 자살하는 비율이 높은 거 아닐까. 통계는 조작은 가능해도 거짓말을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패배주의와 좌절감을 딛고 재미와 친구들은 농구 유망주인 나타아니의 빈자리를 채우기 시작한다. 여기서도 보면 원주민들이 얼마나 단결과 화합을 못 하는지가 여실히 드러나는데 농구는 팀 게임이어서 서로 연합하고 믿고 신뢰하면 결과가 달라지는 스포츠 중 하나인데 서로 비난하기 바쁘고 중요한 경기 전날 과음을 하며 경기를 망치기도 한다. 십대 소년이라서 그러할 수도 있는데 미국에서는 농구 선수로 성공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저런 식의 태도가 십대 시절부터 박힌 거라면 문제가 생각보다 크다고 볼 여지가 높다. 

그래도 어찌 저찌 단합을 해서 주 경기에서 우승을 하지만 그 과정이 크게 긴장감이 없고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는 아니어서 살짝 아쉽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이 정도는 마무리도 좋고 결말도 만족스럽다. 원래 마지막 경기는 그래도 어느 정도 긴장감을 선사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뚝딱 결말이 나와서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쪽이 경기 연출을 기막히게 잘 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아메리칸 원주민의 현실을 알려주는 건 좋았으나 한 영화 안에서 두 개의 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 것 하나 깊이 있게 못 다룬 게 단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싶어서 추천은 하고 싶다. 그리고 원래 스포츠 성장 영화는 준수하게 만들면 재미가 없기 힘들다. 이미 보는 순간 힘들어하는 팀과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성공한 사람은 소수이고 시도조차 못한 사람 그리고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람은 비교도 안 되게 많기 때문이며 그런 시청자들이 이런 희망적인 이야기에 공감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나는 영화도 어찌 보면 각성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방구석에 가만히 앉아서 승리의 기쁨과 성장의 희열을 대리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잘못 되었다 잘 되었다의 이야기가 아니라 상당히 가성비가 좋은 각성이라고 할 만하다. 보면서 이게 실화였으면 싶었지만 그건 아닌 듯하고 책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인 듯하다. 그래도 어느 정도 아메리칸 원주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이야기가 들어 있어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영화로 보여지긴 한다.

제목이 왜 레즈 볼인지 궁금해서 한글로 검색하니 레즈비언 관련 결과만 나와서 영어로 검색하고 구글 번역을 돌리니 레즈 볼은 reservation ball 의 줄임마로 아메리칸 원주민 특유의 농구 스타일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특히나 고등학교 선수들이 많이 사용하는 기법으로 아메리칸 원주민들의 시그니처 농구 전법이라고 이해하면 편하다. 간단히 설명하면 공격적인 경기 운영 방식 그리고 아마도 키가 다른 백인이나 흑인에 비해 크지 않기에 득점도 빠르게 하고 빠른 호흡으로 하는 그들만의 방식이어서 제목 자체에서도 원주민의 개성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결국 지미는 주립 대회에서 승리하고 유수의 명문 농구 대학에서 입학 제안을 받지만 지미의 미래가 엄마처럼 결국에는 좌절이 될 지 아니면 꿈의 무대인 NBA에서 꽃을 피울지 그 누구도 알기 어렵다. 그래도 나는 영화의 메시지가 참 좋다. 영화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는 거 자체를 포기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성공과 실패는 신도 모르지만 도전은 내가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으니 나를 포함한 모두가 도전을 멈추지는 않았으면 한다. 도전조차 하지 않으면 공기 중의 먼지 만도 못한 존재가 될 수 밖에 없으며 그러면 너무 슬프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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